20여년 전 최초로 PC로 그린 그림과 그후 이야기.. IT/디지틀기기

최근 갤노트 10.1로 그림을 그려서 블로그나 기타 커뮤니티에 올리다보니 
갤노트로는 불편하지 않느냐는 피드백을 종종 받곤 합니다. 
사실 요즘 PC의 성능이나 S/W와 비교하면 많이 불편한게 사실이긴 하죠. 
물론 화면에 직접 그린다는 점을 생각하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장점도 많고요.
 
하지만 예전 286 시절 생각하면 정말 상상조차도 할 수 없이 편한 환경이죠 ^^
아래 그림은 90년대 초 대학생 때 최초로 본격적으로 그려본 그림입니다. 
90년인지 91년인지 기억이 정확하진 않은데 인어공주를 개봉하고 난 뒤니까
91년이 맞을거 같기도 하네요.
 
 
당시 286 1024kb 메인메모리에 DOS 3.3, VGA는 Tseng사의 ET3000 512kb 램을 가진 카드로
구성된 시스템이었습니다. 그림을 좋아해서 당시 무리를 해서 구축한 시스템이었죠.
90년 초반에는 흑백 시스템이 더 흔한 시절이었고 마우스도 특별한 주변기기였습니다.
 
결정적으로 위 그림은 펜같은 거 없이 100% 마우스(!)만으로 그린 그림입니다.
밑그림과 채색 모두 마우스로만.. -_-;;;
물론 당시 제한된 하드웨어에서 놀라운 그래픽을 보여준 일본의 게임들(프린세스 메이커류)을
생각하면 대단한 것도 아니지만,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공을 들였던 그림입니다.
 
흔히 말하는 도트 노가다와는 또 다른데.. 기본적으로 모든 선을
직선의 조합으로 그린 겁니다. 마우스로 원하는 자유곡선을 그리기는 매우 어려워서
수없이 짧은 직선을 끊어서 이어그린거죠.
(Spline 곡선 같은 것도 없었던 거 같습니다. 확실친 않지만..)
그림을 자세히 보시면 곡선이 매끄럽지 않고 각진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암튼 사용한 소프트웨어는 Tempra 라는 정말 래어한 S/W인데..
이거 아시는 분들 거의 없을거 같습니다.
TARGA 보드(방송용 그래픽 보드)에서 사용되던 S/W를 
일반 VGA용으로 이식한 S/W였습니다. 90년도에 TARGA보드 하나에
수백만원 하던 시절이었는데 S/W도 물론 그 이상하고요.
허나 그땐 정품사용에 대한 개념도 희박한 때여서 우연히 복사해서
썼던 것 같습니다.
 
암튼 그때 PC용 그래픽 프로그램의 대명사는 닥터할로라는 프로그램이었는데
이런 프로그램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기능을 제공했었죠.
(몇년 뒤 대세는 Delux Paint II로 넘어갔습니다만)
 
512kb램의 ET3000에서 뿌리는 이미지는 800*600 256컬러나 1024*768 16컬러가
최고였는데 이런 고해상도(?)에서 256컬러나(!) 되는 색상을 처리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가 극히 드문 시절이었습니다. 
 
아래 그림 역시 같은 소프트웨어로 그렸던 그림인데
재밌는 사연이 있습니다. 91년 겨울 당시 대학생 과외로 가르치던 
중학생 1학년 아이들에게 크리스마스 카드로 보내기 위해 그린 그림인데.. 
재밌게 만드려고 치토스 캐릭터를 무단 도용(^^)한 그림이죠.
 
 
재밌는 사연이란건 이걸 출력해서 사용하려 했던 것이 아니고 
물감으로 직접 그리기 전에 색상 배합을 시뮬레이션해보려고 그렸다는 점입니다.^^;;;
즉 PC에서 그림을 그린다음 모니터에 띄워놓고 보면서 물감으로 종이에
다시 그렸던 것이죠 ^^
 
당시 컬러프린터는 개인은 살 수 있는 제품도 극히 드물었고
흑백 프린터도 80핀짜리 도트 프린터가 대부분인 시절이어서 
컬러로 된 그림을 컬러로 뽑는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었습니다.
일반 개인들에게는 모니터의 그림은 모니터 안에서 끝날 수 밖에 없었죠.
 
그러다가 태블릿이라는 걸 듣고 구입한게  1994년 대학원 재학 시절이었는데
거금 14만원을 주고 와콤의 아트패드2를 샀던 것이 기억납니다.
(94년도의 14만원은 매우 큰 액수였습니다)
태블릿으로 그렸던 최초의 그림은 아래 그림인데,
자세히 보면 얼굴과 몸이 따로 놀고 있습니다. 실은 얼굴은
제가 그린 것이지만 몸은 당시 한참 인기를 끌던 "오 나의 여신님"의
베르단디의 몸을 가져다가 합성한 거였죠 ^^;
페인터를 이용하기 시작한게 이때 무렵이었습니다.
당시 포토샵은 어떤 이유에서인지 필압 감지가 잘 안되서 페인터를 선택했었죠.
 
 
이후 기본적인 환경이 DOS에서 Window로 이동하고 
소프트웨어도 나날이 발전했지만 처음 태블릿을 접했을 때처럼
충격적이진 않았던거 같습니다.
 
 
 
2005년도에 손을 좀 대긴 했지만 위의 그림이 1998년에 처음 그린 것이고 아래 것은
촛불시위 당시 그렸던 것이니까 2008년경이었습니다.
이 환경으로 최근까지 쭉 이어왔던 거고 사실 그림 결과물도 15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 차이는 없습니다. ^^;
 
그러다가 만난게 노트 10.1... 
기능적으로는 오히려 PC보다 못하지만 활용도에선
제게 또다른 가능성과 기회를 주고 있죠.
과연 앞으로는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기대도 되고 궁금하기도 합니다. ^_^
 
덧. 노트 10.1로 그린 것들은 이미 이전 포스팅에 여러번 올려서 이번 게시물엔 안넣으려다가..
제 이전글을 안보신 분들도 많을테니 추가로 한두개만 넣었습니다. ^^
 
 

덧글

  • 계란소년 2012/12/26 11:14 # 답글

    헉 VT 시절이 떠오른다...
  • 직장인 2012/12/26 11:24 #

    얼마전 나우누리도 VT 완전히 접으면서 뉴스가 된 적이 있었는데..
    모두 20여년 가까이 된 기억들의 조각이죠.. 더불어 제 대학생 시절도.. ^^
  • 2012/12/26 12:21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2/12/27 10:44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xwings 2012/12/26 12:36 # 답글

    아...저 도스시절의 그림들...추억이 떠오르네요.
    저도 XT쓰다가 386에 칼라 장만하고는 제일 처음 Delux paint II로 그림그리고 색칠하고 했었는데..
  • 직장인 2012/12/27 10:46 #

    본문에 쓰진 않았습니다만 디럭스 페인트2 역시 제가 무척 좋아하고 애용했던 툴이었습니다.
    도트 노가다에도 적당하고 그냥 드로잉에도 좋고 무엇보다도 당시 256컬러를 DP2처럼 제대로
    다룰 수 있는 툴이 거의 없었죠.
  • 룬그리져 2012/12/26 12:42 # 답글

    우와 뎀쁘라... 가 아니고 템프라. 추억의 이름이군요^^;;
  • 직장인 2012/12/27 10:46 #

    기억하신다면 정말 래어템을 알고 계신 겁니다. ^^
  • 근성오빠 2012/12/26 12:58 # 답글

    사용하는 기계(^^:)와 상관없이
    그림을 원래 잘 그리신거였군요~ ^^ 부럽습니다~~
  • 직장인 2012/12/27 10:46 #

    도구에 영향을 많이 받긴 합니다만 그림 자체를 좋아하는건 맞습니다. ^_^
  • 오엠지 2012/12/26 13:30 # 답글

    오 도트시절이 떠오른다 록맨 그림판 도트로 그리곤 했는데..
  • 직장인 2012/12/27 10:47 #

    당시 도트 노가다는 유명했죠..
    저해상도와 256컬러라는 제약을 오히려 극대화한 기법이라고나 할까요 ;;
  • 함부르거 2012/12/26 16:22 # 답글

    템프라와 닥터 할로... 추억의 이름이군요.(2) ^^;;;
  • 직장인 2012/12/27 10:47 #

    닥터할로는 워낙 유명했지만 템프라 기억하는 분들은 정말 드물죠.
  • 식용달팽이 2012/12/26 17:25 # 답글

    어린 시절 잘 모르면서도 타가보드를 갖고 싶다는 생각은 했었는데 ㅎㅎ 참 추억의 이름들이 많이 등장하네요 ET3000이라든가 ㅎㅎ
  • 직장인 2012/12/27 10:48 #

    타가 보드는 사실 그래픽카드라기보다는 영상편집 보드에가까웠죠.
    가격도 엔트리 모델이 수백만원 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사실 저도 사용해본 적은 없습니다.
    PC보다 더 비싼 카드라는게 당시엔 이해하기 힘들었죠.
  • winbee 2012/12/26 19:50 # 답글

    최초로 PC로 그림을 그려본게...1986년이었습니다
    MSX의 환상의 그래픽 이라는 그래픽 소프트로..일단 유틸을 데이터레코더 로딩하는데 20분(...)
    컬러모니터가 없어서 TV에 연결.그리고 마우스도 없이 키보드로 직선 긋고 점 찍고...
    버그까지 심해서 어느 영역에선 색칠이 다른 영역으로 번지거나...
    그래도 국딩시절 정말 눈에 힘주면서 그렸는데...그때가 왠지 그립네요 .

    (...그래도 그래픽으로 밥먹게 될줄은 상상도 못했지만;;)
  • 직장인 2012/12/27 10:50 #

    사실 86년도면 IBM 호환 PC보다는 MSX나 애플등 8비트 기종이 더 득세하던 시절이죠.
    86년이면 제가 중3때네요. 대충 그시기에 컴퓨터 학원 다니면서 텍스트로 베이직 프로그램 짜고
    그랬는데..
  • 2012/12/27 09:36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직장인 2012/12/27 10:41 #

    tempera 화법 등 미술계에서 쓰이는 용어가 있다보니 그렇게 생각하실수도 있겠지만 제품명은 tempra가 맞습니다. http://www.elisoftware.org/images/0/00/Mathm0001.jpg

    사실 제가 사용한 것은 위 링크에 나온것보다도 더 이전 버전입니다만..
  • 2013/01/21 03:44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3/01/21 10:44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2013/01/21 11:45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2013/01/21 14:04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jazz 2019/12/17 11:12 # 삭제 답글

    템프라 정말 오랫만에 들어보네요

    저도 애용하던 프로그램이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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