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파일(audiophile)들이 음질 개선 작업 후 반응하는 패턴들 하이파이/홈씨어터

저는 오디오를 취미로 하고 있습니다. 흔히들 오디오파일이라고 하지요. 이들은 음악도 좋아하지만 오디오에서 재생되는 음의 품질에도 상당히 집착합니다. 주변에 이런 분들이 많은건 아니지만, 인터넷 상에서 관련 동호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고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약간의 음질 향상을 위해서 각종 기기 바꿈질과 튜닝, 트윅등을 주저하지 않지요. ^^

(왠지 덕후스러운 느낌이로군요 ^^;;)

저 역시 최근엔 청력 문제로 어려움이 있긴 하지만 이런 습성을 아직도 못버리고 있는데, 이렇게 뭔가 음질 개선을 위해 어떤 작업을 한 후 오디오파일들이 보이는 반응을 보면 일정한 패턴이 있습니다. 패턴이라기보다는 경우에 수에 따라 반응하는 양상이 달라진다는 점인데 이를 가만히 살펴보면 꽤 흥미롭지요. 별 쓸데는 없는 얘기입니다만..^^;

사실 음질 개선 작업 후에 다양한 반응이 나오는 것은 그만큼 효과가 주관적이고 수치화, 계량화 시키기가 어렵다는 특성 때문입니다. 또한 객관적 품질과 주관적 취향이 뒤섞여 있고, 과학과 감성이 함께 공존하는 것도 이유 중의 하나지요. 물론 몇만원짜리 라디오에서 나오는 음악과 수억원짜리 시스템에서 나오는 소리는 누구나 알 수 있을만큼 차이가 큽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오디오파일들이 집착하는 음질 향상은 참으로 미묘하고 미세한 경우가 대부분이죠. 이는 경제적인 이유가 가장 크기도 하고, 시스템이 일정 수준 이상 올라가면 그 차이가 줄어들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어쨌든 이런 특성 때문에 어떤 음질 개선 작업 - 앰프나 스피커 등 기기를 교체하든, 케이블링을 하든, 룸튜닝이나 액세서리 투입을 하든, 전원 공사를 하든 - 을 한 후엔 이에 대한 평가를 하기 마련인데, 이 때 몇가지 경우의 수가 생깁니다.

(음.. 딴 얘기지만 오디오파일 중에 여성 분들은 정말 드문거 같습니다. 그런데 막상 남자들보다 여성 분들이 소리의 차이를 더 잘 느끼는 경우가 많죠.  )

음.. 어쨌든 경우의 수란,

1. 개선 작업에 대한 이론적 배경이 납득이 가고, 실제 청감상으로도 음질 향상이 느껴지는 경우
예를 들어 주파수 특성이 좋은 고성능 유닛으로 잘 튜닝된 스피커로 교체하면 대부분 청감상으로 향상이 느껴지죠. 이론적으로도 충분히 납득이 되고요. 지터가 '형편없이 높은' CDP와 그렇지 않는 제품의 차이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실 이런 경우는 오디오파일들이 고민할 필요가 없습니다. 향상된 음질에 만족하면서 음악을 즐기면 되는거죠. 이때 문제되는 것은 아마 비용 정도일 것입니다. ^_^ 

2. 이론적 배경을 납득할 수 없으며, 실제 청감상으로도 음질 향상(또는 변화)을 느낄 수 없는 경우.
우스갯 소리긴 합니다만 화력발전소에서 발전한 전기보다 수력발전소에서 발전한 전기가 더 음질이 더 좋다는 얘기도 있는데 이는 납득할 수도 없고 실제 청감상으로 구분할 수도 없죠.(설마 구분 가능한 분이 계신가요?? ^^;;;) 이 경우 역시 고민할 필요가 없습니다. 안하면 되니까요. ;; 개인적으로는 mp3를 복사할 수록 음질이 나빠진다든지 하는 얘기도 이런 케이스입니다.

문제는 위 두가지가 아니라 아래의 두가지인데..

3. 이론적 배경은 납득할 수 없지만, 실제 청감상으로는 음질 향상 또는 변화가 느껴지는 경우.
이 경우는 대부분 황금귀(?)인 분들이 겪는 경우인데, 오디오판에서 벌어지는 각종 주장들, 트윅들을 보면 정말 개인적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것들이 많습니다. 스피커 케이블을 공중에 띄워 놓으면(공중부양) 더 음질이 좋아진다든지, 특히 액세서리 류에서 이런 것들이 많은데 정확한 이론적 배경이나 설명 없이 일단 해보면 좋아진다.. 하는 경우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청음능력이 그다지 좋지 않아서인지, 이런 경우는 많지 않았습니다. 이론적으로도 납득 안되는 것은 실제 청감상으로도 차이를 못느끼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오디오 판의 수많은 논쟁들이 이 경우에서 발생하는데, 이는 개인의 주관과 청음 능력, 플라시보 효과 등이 뒤엉켜서 영원한 평행선을 긋는게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토픽이나 주요 관심사는 기술 발전과 트렌드에 따라서 매번 바뀌겠지요. 기존에 이론적으로 설명이 안됐던 것도 기술발전에 따라서 설명 가능한 것으로 밝혀질 수도 있습니다. 제시된 이론이 어떤 사람에겐 납득되고 어떤 사람들은 받아들이지 못하기도 하지요. 어쨌든 이 케이스는 실용론자와 비실용론자가 가장 극명하게 갈리는 경우라 봐야겠습니다.

4. 이론적 배경은 납득할 수 있는데, 실제 청감상으로는 음질향상이나 변화를 느끼지 못하는 경우.
이 케이스는 상당히 재미있는 경우인데, 오디오가 결국 사람의 귀로 듣는 것이니 이를 느끼지 못하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싶은데도 불구하고 이 경우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는 점입니다. 즉, 나는 청감상으로 차이를 느끼진 못하지만 이론적으로는 차이나는 것이 가능하다라는 얘기인데, 오디오를 음악재생보다는 기술적인 접근으로 하는 분 중에 이런 경향이 많이 보입니다. 그리고 오디오파일이라고 모두 청감 능력이 좋은건 아니라서 사실 상당수의 분들이 여기에 속하는데, 다만 이런 경우는 살짝 자신에게 최면을 거는 수가 많죠. 무슨 말인고 하니, 사실 차이를 못느끼지만 분명히 뭐가 좋아졌을거다, 이론적으로도 좋아져야 하니 당연히 좋아진거다 하면서 스스로에게 최면을 거는거죠. ^^ 플라시보든 최면이든 이게 되면 1번의 경우가 되어서 이론적으로도 납득되고 청감상으로도 차이가 느껴지는 케이스가 되어 고민거리가 날라가고 음질 개선 작업에 대한 정당성이 부여됩니다. 괜히 쓸데 없는 돈지랄 하는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말끔히 없앨 수 있고요 ^^;;

별 쓸데도 없는 얘기를 장황하게 썼는데, 암튼 각종 오디오 커뮤니티에서 벌어지는 논쟁을 보면 대부분 위 경우 중 하나에 해당됩니다. 그러면서 답도 없는 얘기가 끝없이 뱅뱅 돌고, 사람들은 '저마다의' 진실을 품는거죠. ^_^..

(어느 커뮤니티나 마찬가지지만, 오디오판도 늘 돌고 도는 떡밥들이 많습니다. 물론 그런 얘기를 여기서 할 생각은 없지만요 ^^;)


덧. 또하나의 중요한 변수가 있긴 합니다. 바로 다른 사람들의 '평판'인데, 예를 들어 어떤 트윅이나 튜닝, 기기교체를 해 봤더니 나는 이론적으로도 납득할 수 없고 청감상으로도 차이를 못느끼는데 다른 사람들이 모두 좋아졌다고 하면 귀가 얇은 분들은 휙 변하기도 합니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고요. ^^ 사실 저도 여기에서 완전히 자유스럽진 못하죠. 

덧글

  • R 2013/05/15 13:13 # 삭제 답글

    이어폰을 바꾸었더니..좋아졌습니다..
    물론 비용도 비례해서....늘었습니다....
  • 직장인 2013/05/15 17:47 #

    이어폰이나 스피커는 이론적으로도 납득 가능하고 청감상으로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대표적인 케이스죠.
  • PFN 2013/05/15 14:28 # 답글

    3은 군중심리와 플라시보 효과로 봅니다.

    그리고 그 주장들이 아마추어들 경험으로 나온다기보다는 커뮤니티의 네임드나

    오디오기기 회사에서 나오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그냥 장사꾼들 호구모집하는거일 뿐이라고 생각함

    언급하신 줄 띄우는 장치도 참 많이도 나왔죠?

    네임드들이 바람잡이하고 장사꾼들이 재빠르게 물건 출시하는거 한두번 본게 아니라.
  • 직장인 2013/05/15 17:50 #

    대체적으로 플라시보가 가장 큰 요인이긴 한데, 가끔 보면 저는 도저히 이론적으로 납득할 수 없느데 귀신같이 차이를 가려내는 분들도 있어서 내가 느끼지 못한다 하여 100% 부정하기는 어려운 부분도 있습니다. 세월이 지나서 이론적으로 밝혀지는 경우도 있고요.
  • PFN 2013/05/15 17:53 #

    그런데 왜 그 사소한 변화를 가려내는 종자들의 블라인드테스트 통과율은 그렇게도 낮을까요??
  • 직장인 2013/05/16 08:49 #

    블라인드 테스트 자체도 논란의 대상이라..;; 뭐 여기서 그 얘기를 길게 할 생각은 없고요.
    하지만 설령 구분 가능하다 해도, 음질 향상이라는게 온 신경을 집중해서 들어야 구분해야 될 정도로 미미하다면 그 많은 돈을 들일 필요가 있나 싶은 의견은 타당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이쯤 되면 1%의 음질향상을 위해 두배, 세배의 돈을 쓴다해도 개인의 선택에 달린 것이니 뭐라 할 수는 없겠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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