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DAC) 케이스 만들기 하이파이/홈씨어터

얼마 전 새로운 DAC 공제에 참여한 바 있습니다. 이미 공제한 WM8741 기반의 DAC을 갖고 있고 AV 프로세서(이모티바 UMC-200)에도 8채널 DAC이 있지만 물량 투입된 고품질의 DAC에 대한 아쉬움이 늘 있었지요.

물론 공제한 8741 DAC은 충분히 좋은 소리를 들려 주긴 합니다만, 뭐랄까 막강한 전원부 물량 투입이나 극한의 S/N비 추구 등 오됴쟁이들의 쓸데없는(^^;) 로망을 채워주기엔 조금 아쉬운 면이 있습니다. 그보다는 굉장히 가성비를 중요시한 합리적인 설계라고 볼 수 있는데 이율배반적이지만 이런 부분이 굉장에 마음에 들어서 참여한 것도 사실입니다.

암튼 8741을 설계하신 분이 이번엔 버브라운의 PCM1794를 듀얼 모노럴로 구성해서 물량투입된 DAC을 공제했는데, 지금 시점에서 DSD가 안되는 PCM1794는 사실 애매한 느낌이 있습니다. 단순히 DSD나 고해상도 입력이 안된다는 이유만으로 소리로는 월등히 좋은 구형 DAC들이 헐값(이라곤 해도 수백만원에 달하지만요)에 팔리는 마당에 지금 시점에서 PCM만 되는 DAC은 기성품 시장에서는 나오기 힘든 구성입니다. 특히 요즘 DAC의 대세는 ESS 테크놀로지의 ES9018칩을 쓴 제품들인데, 중국산을 찾아보면 그야말로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국내에 소개되는 제품도 많고요. 물론 DSD입력도 되고 애초에 칩 자체가 AV 프로세서/리시버를 겨냥한 제품이라 8채널이 가능하기 때문에 2채널만 쓸 때는 묶어서 S/N 비를 높일 수도 있습니다. 요즘 가장 핫한 칩셋이죠.

반면에 1794는 TI의 플래그쉽 DAC 칩인건 맞지만 요즘 시점에서 보면 좀 오래된 느낌입니다. 이건 제작자의 전작인 8741도 마찬가지였지만 그나마 DSD 입력이 가능해서 커버가 됐는데 1794는 최대 입력이 PCM 192/24까지밖에 안됩니다. 스펙의 발전 속도가 빠른 DAC 시장에서 1794는 핸디캡이 있죠. 시장에서 많이 유통되는 제품을 살펴보면 국산중에 에이프릴의 DP1이 1794를 듀얼로 쓴 제품인데 현재 신품은 2백만원이 살짝 넘지만 중고로 130정도면 구할 수 있습니다(물론 헤드폰 단자와 프리가 결합된 형태라서 DAC외에 부가기능도 있긴 합니다). 이 제품도 벌써 나온지 몇년 됐죠.

사실 칩셋 얘기를 했지만 DAC에서 음질을 결정짓는 요소는 DAC칩만은 아닙니다. 전원부나 클럭, 아날로그단의 품질 모두 중요합니다. 그런 면에서 이번에 공제한 DAC이 제 마음에 들었고요. DSD는 사실 큰 욕심이 없어서 큰 고려사항은 되지 않았습니다. 제작자도 WM8741, ES9018, 1794를 모두 듀얼로 구성해서 테스트해본 끝에 내린 결론이 1794였는데 물론 이는 성능의 우열은 아니고 음색에 대한 취향에 가깝습니다. 어쨌든 1794는 기존의 8741과는 다른 성향이라 골라 듣는 재미가 있지요.

얘기가 꽤 길어졌는데.. 사실 쓰고 싶은 얘기는 이게 아니고, DAC 케이스에 대한 내용입니다. 공제품의 경우 경험있는 설계자가 잘 만든 제품들, 특히 디지털 류는 절대적인 성능에서도 상당한데 문제는 케이스입니다. 뭐 이것도 비용 많이 들이면 해결할 수 있겠지만 기성품과 비슷해지면 굳이 자작이나 공제의 의미가 없어지죠. 그렇다고 개인이 만들기엔 한계가 있고, 시중에 나오 있는 범용의 케이스를 쓰면 사용에는 문제가 없지만 영 뽀대(그놈의 뽀대...)가 안납니다. 

솔직히 하이엔드 오디오 제품들도 제품 가격을 보면 샤시 비용이 상당한데 단순히 디자인상의 이유만은 아닙니다...만, 그래도 엄청나게 비싼 것만은 사실이고 여기서 하이엔드 기성품과 일반 엔트리 제품/자작품과의 경계가 극명하게 갈리는지라 케이스에 대한 집착은 쉽게 떨치기가 힘듭니다.

결국 생각해 낸 것은 범용 케이스를 직접 개조한다는 것인데, 일반적인 알루미늄 케이스에서 일반인이 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습니다. 레터 각인이나 아노다이징 색상, 실크 인쇄 등이 전부인데 이것도 소량은 해주는데가 거의 없고 해주더라도 가격이 상당히 올라갑니다. 그냥 기성품 사는게 나을 정도로 비쌉니다. -_-;;

제가 공제하는 곳에서도 이런 문제로 계속 논의가 이뤄지다가 전문 디자이너가 직접 디자인한 케이스를 국내 업체에게 가공을 맡기는 것으로 결론이 났는데 물량 덕분에 (약 140여대..) 가격적인 장점이 상당합니다. 문제는 디자인 완성도는 높은데 취향이 저와 안맞고 사이즈도 제가 원하는 풀사이즈가 아니어서 좌절.. 결국 직접 해야겠다는 결론을 낸 것이죠. 그렇다고 알루미늄을 개인이 통절삭할 수도 없는 일이고(그런데 실제로 이렇게 하시는 분도 계십니다. 물론 비용은 백만 단위죠. -_-;;;) 저는 제가 가진 기술들 - 피규어를 만들면서 익힌 - 을 잘 활용해야겠다는 생각이 이르렀습니다.

그래서 우선 최대한 디자인이 심플한 것으로 하나 선택했습니다. 높이는 7cm, 폭이 43cm로 납작하고 슬림한 느낌입니다. 아직 도착하려면 멀었습니다. 개조하기 위해 전/후면 홀가공까지 도면을 그려서 줬는데 과연 제대로 잘 올지 모르겠네요. 중국산은 믿기가 어려워서.. 하지만 국내에서 소량으로 작업하려면 도저히 비용을 맞출수가 없어서 결국 중국으로 고고씽...(...)


물론 이렇게 심플한 케이스를 그대로 쓸 수는 없고, 이리 저리 머리를 굴려가며 제가 직접 할 수 있는 범위에서 디자인적 변화를 주기로 했습니다. 스케치업과 포토샵을 가지고 몇번의 시행착오 끝에 최종 확정한 시안이 아래 그림입니다.



보시다시피 특별한 개조가 이뤄진 건 아니고, 중앙에 약간의 변형을 준게 전부입니다. ^^;; 개인적으로 USB 사용이 95% 이상이라서 표시 LED는 앞에 뒀지만 셀렉터 스위치는 전면에 배치하지 않았습니다.

디자인 최종안을 결정하는데 시간이 좀 걸렸지만, 일단 확정된 후에는 곧바로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전면 패널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얼마나 곡면 처리를 매끄럽게 하느냐인데, 작업 도중에 찍은 사진입니다.


윗면 가공도 열심히 했고요..

어느 정도 모양이 잡힌 후에, 표면 상태나 디자인 확인을 위해서 임시로 도색과 레터링 작업을 했습니다. 물론 임시 작업이기 때문에 폰트 비율도 안맞고 엉성해 보입니다. 케이스 도착후 정밀 가공에 들어가면 현재 작업된 도색과 레터링은 전부 밀어버리고 새로 작업할 예정입니다.



아직 LED 표시등이나 파워 스위치가 장착될 홀 가공을 하지 않아서 엉성해 보입니다만 이것 저것 테스트 해보고 어느 정도 감은 잡은 상태입니다. 도색 상태나 마감제에 대한 테스트가 좀더 필요하지만요. 케이스가 무사히 도착할지가 가장 큰 리스크인데, 나중에 도착한 후에 사이즈에 정확시 맞춰서 재작업할 생각입니다. 물론 사이즈는 도면상으로 이미 갖고 있지만 중국산이 늘 그렇듯이 뒷마무리가 허술해서 도면만 보고 작업하면 나중에 낭패보기 십상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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