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 4인치 스피커 자작기(인클로져 및 네트워크) 하이파이/홈씨어터

어려서부터 음향기기를 좋아했던 탓에 직접 자작하는 것도 관심이 많습니다. 이미 DAC과 미디어PC를 한 셋트로 구성한 글을 올렸던 적도 있고요. 오디오를 이루는 구성품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가장 만들어 보고 싶은 것은 스피커였습니다. 겨우 콘덴서와 코일, 저항 몇개 등으로 구성된 간단해 보이는 네트워크 회로로 천차만별의 소리를 튜닝한다는게 매력적이기도 하고, 전문 지식이 없는 저로서는 앰프나 DAC등에 비해 경험적 요소가 많아서 기본적인 이론만 공부한다면 일정 수준까지는 해볼 수 있을거 같아서였죠. 특히 해외 직구등으로 인해 몇만불 짜리 기성품에 들어가는 고성능 유닛을 몇백불 정도에 살 수 있기 때문에 유혹은 더욱 컸습니다.


하지만 가장 해보고 싶은 자작임에도 불구하고 손을 못댔는데 차일피일 시간을 미루다 나이가 들면서 청력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입니다. 몇번인가 글을 썼다시피 청신경 종양때문에 우측귀의 청력을 잃어버렸고, 청각에 의한 튜닝이 상당히 중요한 스피커 자작은 엄두가 안나더군요. 물론 청력이 중요한 건 DAC이나 앰프 등도 마찬가지이고 음악 감상 역시 마찬가지지만, 단순한 감상과 자작 튜닝은 막상 해보면 얘기가 다릅니다.

암튼 그렇게 포기하고 있다가.. 갑자기 웬 바람이 불어서인지 얼마전 저렴한 유닛을 중고로 구입하게 됐습니다. 사운드포럼의 오렌지에 사용된 4인치 유닛인데 가격도 싸고 마침 집에 한짝만 굴러다니는 스캔스픽 6000(가품 -_-;;)도 있어서 이것저것 테스트를 해보게 됐지요. 물론 박스도 없이 소리가 제대로 나오는지 테스트한 수준입니다만..

(급조된 네트워크에 사용된 콘덴서는 문도르프와 솔렌의 저가형 제품들이고 저항은 메탈옥사이드 필름입니다)

근데 막상 해보니 이것도 상당히 재미집니다. ^^; 처음엔 인클로져 없이 RTA는 찍어보지도 않았지만 콘덴서와 코일 용량을 바꿔가며 미묘하게 소리가 달라지는걸  느끼는게 아주 재밌더군요. 결국 조그맣게 시작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처음 시작하는 것인데 거하게 할 수는 없고, 일단 트위터는 특허가 풀려서 저가형이 나온다는 중국산 AMT 리본 트위터를 구입했습니다. 유닛을 신품으로 사본 것은 처음 사보는데 박스에 비닐 포장된 것을 보니 괜히 흐뭇하네요. ^^ 


어차피 메인 시스템은 짝당 50kg을 넘어가는 스카닝/스캔 베릴륨 3웨이가 있으니까(이에 대해서도 사용기란에 포스팅한 적이 있습니다) 소형 스피커로 생각을 했고 미드 우퍼는 저렴하게 비파의 4인치 미드우퍼 PL11WH09-08로 결정했습니다. 저렴하지만 만듦새는 괜찮은 편이네요. 이 미드우퍼는 소너스파베르의 토이 시리즈에 사용되었고 국내엔 사운드포럼의 쇼팽이라는 스피커에 사용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두 모델 모두 매장에서 들어본 적이 있었는데 4인치 유닛의 한계는 있지만 그럭저럭 나쁘지 않더군요. 물론 4인치인만큼 애초에 저음이나 스케일은 포기했고요. 

 

포장 박스는 원래 없는지.. 트위터와는 달리 저렇게 왔네요. 마그넷 부분에 특별히 소너스파베르를 위해서 커스텀으로 설계됐다는 얘기가 있는데 실제로 Toy 라는 모델에 사용되었습니다. 신품가는 160만원 이상 붙여놓긴 했습니다만 3웨이인 토이타워가 중고로 100만원 이하로 팔리니까 중고로 구매하면 훨씬 쌀겁니다. 소너스파베르의 Toy 시리즈에 사용된 트위터는 좀 더 저렴한 모델이고요. 유닛 자체의 가격은 개당 8만원인데, 직구해도 70불에 배송료 붙으면 별 차이가 안납니다. 


박스는 없지만 나름 신품이라서 그런지 나사 구멍에 저렇게 에지가 손상되지 않도록 보호물이 붙어 있습니다.  

 

일단 소리는 나는지 작동확인은 해봐야 하기에 인클로져도 없이 그냥 앰프에 연결해 봅니다. 트위터를 직결했다 볼륨을 올리면 대전류로 파손될 수 있으니 간단하게 트위터, 우퍼 모두 2차 네트워크로 셋팅해서 소리 확인을 해봤습니다. 대충 3500Hz 정도에서 크로스오버 주파수를 설정하고 약간 트위터 음압이 높은거 같아서 6.8옴짜리 저항을 달아줬습니다. 이상없이 잘 나옵니다. ^_^ 뭐 소리야 인클로져가 없으니 밑둥이 싹 잘린 소립니다. 인터넷 철물점인 철천지에 재단을 맡겨놓았는데 물론 간단하게 시작하는거라 턱가공 같은 것도 없이 아주 심플하게 MDF에 구멍 2개 뚫어서 주문했습니다.   

(판재는 사이즈대로 재단해서 주문했고, 배플면의 유닛 홀은 턱가공 없이 주문했습니다. 등급이 높지 않은 MDF라서 가공비까지 모두 포함해도 4만원/조 정도에 해결했습니다.) 

사실 네트워크 튜닝은 PC에서 J River + 멀티채널 출력을 활용(말하자면 디지털 크로스오버죠)해서 대략적인 감을 잡고 있지만 어쨌든 실제 소자로도 테스트를 해야 하기에 몇가지 아주 기초적인 부품은 함께 구매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구입한 것.. 
 



인클로져를 합판으로 할지 시트지로 할지, 아니면 무늬목으로 제대로 도전해볼 지 이런 저런 궁리를 해 보다가 일단은 손이 덜가는 시트지로 결정했는데, 시트지 견본도 팔더군요. 300 여종이 저렇게 묶음으로 되어 있는데 사실 다른 가구도 리폼을 생각하고 있었기에 재미삼아 구입했습니다. 아무래도 시트지는 질감 문제 때문에 화면에 사진으로 보는 것과 실제 만져 보는 것과는  완전히 다르더군요. 따로 돈주고 사긴 사실 아까운 품목이지만 구경하다 보면 꽤 재밌습니다. ^^



인클로져 제작을 위한 판재가 도착하기 전에 동네 재활용 쓰레기장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 MDF 판재와 다이소 식품용기를 이용해서 간단하게 소리를 테스트 해보고 적절한 인클로져 용량을 산정해 봅니다. 물론 스피커의 각종 파라메터를 이용해서 계산이 가능합니다만 이론과 실제값의 차이는 생각보다 큰 편입니다. 실제로 계산상으로는 포트형일 경우 약 2리터가 안되는 값이 나오지만 비슷한 유닛 구성의 대부분의 기성품은 4~5리터 안팎의 용적을 갖습니다. 저같은 경우엔 6리터 정도에서 가장 좋게 들려서 6리터 정도로 통을 설계했습니다. 물론 사진과 같은 상태로는 너무 얇고 밀폐성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통이 공진해서 제대로 된 판단을 하기엔 어렵습니다만 대략적인 감을 잡는데는 도움이 됩니다. 비용적인 부담도 덜하고요.

사실 집에서 인클로져부터 만들기엔 마땅한 공간이 나오지 않아 처음엔 저렴한 중국산 인클로져를 구매할까 생각했는데 비용은 둘째치고 제 마음에 드는 사이즈나 형태가 생각보다 없더군요. 아무래도 4인치보다는 5인치 이상이 보편적이어서 그런거 같습니다.  결국 철천지에서  MDF 재단해서 구입했고 재단할 때 유닛 홀까지는 주문했는데 턱가공은 하지 않았습니다. 처음 자작품인데 턱가공까지는 욕심을 안부려도 될거 같고, 도면을 그리기도 귀찮고.. ^^;

(알리에서 아래와 같은 빈 인클로져를 배송비 포함 개당 100불 정도에 팝니다. 사진은 6.5인치라서 비싸고 4인치라면 훨씬 싸죠)


사실 판재 주문을 한 이후에도 용적을 몇번이나 바꾸는 바람에 주문취소/재주문이 몇번 있었고 그 과정에서 잘못 계산한 것도 있고.. 암튼 이런 저런 시행착오가 있었습니다. 처음이니까 크게 개의치는 않았습니다만..

(인클로저 만드는게 제일 큰일이더군요. 4인치라 그리 크진 않지만 용적을 크게 하다보니 깊이가 무려 29cm에 달합니다. -_-;;) 



근데 턱가공을 안하고 유닛을 끼우니 음향적인 이슈는 둘째치고 좀 성의(?)가 없어 보이더군요. 그렇다고 집에 턱가공을 할 수 있는 장비도 없고..  결국 5T MDF로 덧대는 형태로 작업했습니다. 두께가 얇아 써클커터로도 큰 무리 없이 가공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앞 배플은 MDF 몇장을 접착해서 만드는 경우도 많으니까 본드칠만 제대로 해주고 잘 부착시키면 별 문제 없더군요.


(목공본드 접착후 클램프로 단단히 고정했습니다. 판재보다 클램프 구입에 들어간 돈이 더 많다는 사실은 함정.... -_-;)



사진상으로만 보면 애초부터 턱가공을 한것처럼 보입니다. ^^



포트형으로 설계했기 때문에 뒷판은 4cm에 10cm 길이의 포트를 달았는데 그만 뒷판의 칫수 계산에 실수를 하는 바람에 5mm가 폭이 좁습니다. 결국 재주문해야 하네요. 옆면 보강까지 고려해서 추가 판재 주문이 필요할 듯 합니다.아직 마감은 하지 않고 계속해서 흡음재나 소자 값 조정등 미세 튜닝 중인데 그래도 들어줄 만은 합니다. 아무래도 첫 자작이니 자뻑이고 나중에 한참 지나서 들어보면 부족한 점이 많이 보이겠지만요.^^ 



스피커 옆쪽에 있는 기판은 자작 카페에서 자체제작해서 공구했던 네트워크 튜닝기판인데 소자값 변경할때 정말 편합니다. 


네트워크는 이리저리 테스트 중인데 4인치 미드우퍼다 보니 처음엔 크로스 오버 자체가 4000Hz 정도로 다소 높게 잡았습니다. 우퍼쪽은 1차에 대략 6k까지 커버를 하고 중국산 AMT 리본 트위터는 4k에 3차로 끊었습니다. 중복 대역이 많아 중역대가 살짝 부풀었는데 청감상 이쪽이 나은 듯 합니다. 대략 2.5k에서 5k까지 이리저리 테스트해보고 풀레인지에 트위터만 덧대는 형태도 시도해봤는데 그렇게 셋팅한 값이 제일 낫게 들리더군요. RTA도 찍어보고는 있지만 심각할 정도의 딥이나 피크가 있는지만 체크하고 있고 평탄한 주파수 특성에 집착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트위터의 음압 조정이 필요한데 현재는 3.3옴 저항만 하나 직렬로 달아놓은 상태라서 나중에 L-PAD로 잡아주던지 해야할 거 같습니다. 


주말에 소자값을 바꿔가며 1차~3차 네트워크로 번갈아 테스트하고 크로스오버도 이리저리 테스트해본 결과 지금은 약 3.1k 정도에서 크로스오버를 잡았고 미드, 우퍼 모두 3차로 되어 있습니다. 처음 계획과는 차이가 많네요.  역시 이론적인 설계값과 실제 값에는 차이가 많이 납니다. 3차인데도 불구하고 위상도 약간 틀어져서  트위터는 역극으로 연결한 상태입니다. 


아직도 튜닝은 진행 중이고 또 최종적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릅니다. 실제로 듣는 음악 장르에 따라 맘에 드는 소자값이 바뀌고, 그때그때 기분 따라서도 바뀌니까요. ^^;  하지만 어떤 결과가 됐든 나름 흥미롭고 즐거운 작업입니다. 이제 시트지 작업이든 무늬목 시공이든 마감을 해야 하는데 최종 완성되면 글을 올려보겠습니다..


덧글

  • 2015/01/22 19:17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5/01/23 20:09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Lewis 2015/02/01 10:49 # 답글

    으아아... 대단하신 열정이십니다!

    dac때도 감탄했지만... 스피커까지...bbb
    게다가 올려주시는 글이 너무 재미있어서... 항상 즐겁게 보고 갑니다^^
  • 직장인 2015/02/01 23:56 #

    재밌게 보셨다니 다행입니다. ^_^
    Lewis님 블로그도 가끔 놀러가고 있습니다만 언급하시는 기기들이 완전히 리그가 다른 기종들이어서 눈팅만 하고 있습니다.^^; 예전 마크, 프로시드, 레벨 등의 엔트리 기종으로 즐길 때는 기성품 하이엔드 메이커에 관심도 많고 귀동냥도 많이 다녔는데 이제는 완전히 가격들이 하늘 꼭대기로 올라가서.. ㅠㅠ
  • 2016/06/21 16:38 # 삭제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직장인 2016/06/21 16:52 #

    단순히 개인적 목적으로 자작하실 것인지 어떤 상업적 목적을 갖고 제작하시는 것인지 모르겠습니다만.. 상업적 목적으로 어느정도 수량이 되는 제작을 생각하신다면 제가 도움이 안될 것 같고요..

    개인적 목적으로 취미 수준으로 자작하신다면 두가지 케이스로 나뉘는데, 인클로져까지 직접 자작하는 경우와 인클로저는 전문 제작업체에게 맡기고 네트워크 튜닝에 전념하시는 경우입니다.

    목공 자체에 흥미를 느껴서 인클로져까지 제작하시는거라면 직접 만드는 것도 괜찮지만 소리자체가 목표인 경우 - 기성품 수준의 제품을 싼 가격에 얻거나 기성품에 준하는 퀄리티를 목표 하시는 경우 - 라면 전문업체에게 제작을 맡기실 것을 권합니다. 장통방이나 코디아등에서 비교적 높은 품질의 인클로져를 제작할 수 있고(물론 가격도 싸진 않은데, 그래도 기성품 생각하면 매우 저렴하죠) 4인치 이하의 소형이라면 네모퍼니처의 적층 인클로져도 괜찮습니다. 네이버의 철가방님 카페도 상당히 저렴한 가격으로 주문제작이 가능할 것이고 역시 네이버스공카페의 우두님께 개인적 부탁을 드리는 것도 가능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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